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지 않다. 이유는 여럿 있는데, 가장 큰 것은 매번 바뀌는 기술적인 사항을 찾아가는게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6개월정도 지난 repo에 npm i를 타이핑하고 본 2000여개의 보안 취약점을 보고, 지친다는 것을 가장 크게 느낀 것 같다.

 

학문적인 지식에는 반감기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학문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지식 중 절반이, 새로운 발견으로 대체되거나 틀린것으로 밝혀지는 시간이다. 물론 엄밀하게 정의되어 있지는 않는 개념이지만, 프로그래밍은 2.5년에서 7년정도라고 한다. [1] 필드에서 어떤지에 대해서는 찾은 글이 없다. 프로그래밍과 컴퓨터공학을 하다보면, 어딘가로 계속 달려야 한다. 과거에 내가 배웠던 것은 현재에 와서는 낡거나 틀린 지식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론전산학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왜 이론전산학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냐면, 적어도 반감기가 2.5년까지 짧지는 않을 것이니까. 그리고, 나는 프로그래밍을 잘 하니까. 이 생각은 점점 바뀌어서 이산수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바뀌었다. 물론, Tutte Graph 보다는 node.js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더 많이 바꿔놓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하니까. 사실 수학의 반감기도 그렇게 길지는 않은 것 같다. 9.17년 정도라고 한다. [2] 물론, 내가 "올바르다"고 받아들였던 사실이 "틀린" 사실이 되지는 않겠지만.

 

내가 지금 공부하고 싶은 공부는 언어학이나 심리학이다. 나는 그렇게 학점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의전원에 갈 수 없다. 내가 현실적으로 언어학을 지금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자연어 처리 관련 전산 대학원에 들어가는 것이고, 심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 학교에서 바이오 및 뇌 공학과 복수전공을 해서 심리학과 관련된 대학원을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선택을 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수학과 프로그래밍을 꽤 잘 하기 때문에, 내 장점을 충분히 이용하는게 맞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가 수학과 프로그래밍을 그렇게까지 잘 하지 않았다면, 집에 좀 더 빌붙어서 내가 맞는 전공을 찾아가겠다고 말했을까? 잘 모르겠다. 사실은 심리학의 반감기도 그렇게 길지는 않다. 3.3년에서 19년정도라고 한다. [2] 내가 심리학과 관련된 공부를 해도 위의 문제들을 만날 것이다. 심지어 이 분야는 진짜 과거에 많은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거짓으로 밝혀지는 곳이다. 생각 해 보면, 세상은 빨리 바뀌기 때문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학문을 필연적으로 반감기가 짧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하는 일은, 마치 유니콘을 쫓는 것과 같지 않을까?

 

사실 난 이런 고민들을, 더 이상 이 분야에서 달릴 자신이 없다는 선언이고, 박수 받을 때 떠나고 싶을 뿐이며, 그냥 내 자리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에 도망가는 도피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도 도망치는 것 보다는 갓길을 선택하는거에 가깝지만.

 

나는 지금도 계속 달리고 있고, 다른 길도 이러저러 확인하고 있다. 다른 사람은 조금 쉬어도 좋다고 하지만, 어릴 때부터 계속 움직이도록 훈련 받은 나는 달리는 것이 나의 삶이기 때문에 달리지 않는 나의 삶이 예상되지 않아서 불안하다. 나의 삶은 컨베이어 벨트여서, 달리지 않는 것은 곧 뒤쳐진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리고, 뒤쳐지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고, 미래의 내가 언젠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나는 갓길이 되었든, 험난한 길이 되었든 어딘가로 계속 달려야겠다. 이렇게 고민해도 선택은 갈림길에 선 내가 하지 않을까? 어떤 선택을 해도 달리면 된 것이다.

 

출처

[1] https://spectrum.ieee.org/an-engineering-career-only-a-young-persons-game

[2] https://www.universetoday.com/97806/book-review-the-half-life-of-facts-why-everything-we-know-has-an-expiration-date/

[3] https://psycnet.apa.org/record/2012-1607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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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더 이상 달리고 싶지 않은데,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낄만한 심리적으로 안정된 기반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달리지 않는 나에게 나는 가치를 찾을 수 없어서 오늘도 달리고, 이는 다시 나에게 과부하로 다가와서 나를 해친다. 이런 연결고리가 삶이라면 더 이상 지속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연결고리를 끊을 수단을 찾고 있지만, 찾지 못한 것 같다. 그냥 통째로 내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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