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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정신 장애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인 것 같은데 고지능에 가려져서 그걸 나도 의사도 주위 사람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음. 다음 풀 배터리 검사 때 충분히 많이 얘기해 볼 생각임. 호르몬 치료는 받을 수 있더라도 미뤄 둘 생각임.
내가 겪은 우울증이나, 나의 특성 중 하나인 합의에 의한 BDSM과 나를 MtF로 정체화한 이런 것들도 결국에 내가 가지고 있는 한 가지 정신장애가 밖으로 발현되었던 것 중 하나인 것 같음. 원인은 아동기의 학대로 생각되지만, 당연히 장담할 수는 없음. 후에 풀 배터리 검사를 진행하고 정신과 의사와 상담한 후에 근황을 추가적으로 올릴 것 같음.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나 자신을 재정체화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 지를 포함한 사회성 필터로 잘 조절해 볼 생각.
솔직히 말하면, 나에 대해서 파면 팔수록 무언가가 나와서 되게 무서움. 나에 대해서 알아간 이후에 이런 점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에 대한 완전한 이해라는 건 존재할 수 없는 것 같음... 이 삽을 파기 시작했으면 끝까지 파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는 지금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매우 혼란스러움. 그 과정에서 원인을 기존에 몰랐던 우울함과 불안감은 많이 해소된 것 같지만, 이제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다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함.
내가 아예 다른 내가 되는 건 아니고, 이전의 기억이나 감정을 잃어버리는 것도 아니며, 최소한의 사회성이 없는 것도 아니니, 나를 이전과 같이 대해도 되고 잘 맞출 수도 있음. 하지만 내 선호에 관련된 문제를 처음부터 다 다시 짜 맞춰야 할 것 같고, 무엇보다 지금은 사람과 터놓고 얘기하기 힘듦. 내가 예전에 한 말 중 고지능은 정신병이란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냥 생존자 편향인 것 같음. 내 주위에서 정신병자를 사회적으로 만날 수 있으려면, 그 사람은 충분히 고지능 이어야 하고, 솔직히 나도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하고 생각함. 이전에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좀 객관적으로 말하면 나는 특정 분야에서 4-5 시그마의 복합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고 그냥 그 지능으로 많은 걸 해결하려고 하다가 괴리감이 생긴 것 같음.
여담으로, 일본어 텍스트 및 목소리를 현재 거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데 내가 겪은 병증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음. 검사를 할 때 같이 정리해서 전달할 생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