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PC는 개인이 진행하는 가장 큰 알고리즘 문제 풀이 대회 중에 가장 큰 프로그래밍 대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UCPC는 많은 알고리즘 문제 풀이를 하는 사람이 참여하고, 올해에는 오프라인으로 대회를 다시 바꾸면서 이것저것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UCPC 운영을 맡으면서 한 일 중 하나는 UCPC 본선 진출 자격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학교별 1팀 선발과 여성 및 비전공자 팀 추가 선발을 넣었습니다. 이렇게 바꾼 이유는 여럿이 있습니다.
하나는 UCPC를 좀 더 교류의 장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흔히 들어봤을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은, 지구에 있는 사람들이 6단계 이내에서 아는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어떻게 보면 세상이 매우 좁다는 법칙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나는 내 주위 사람만 아는 것 같은데, 해외에 있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사람은 자기 주위의 사람을 많이 알지만, 우연히 지금은 자기랑 떨어져 있지만 다른 먼 클러스터에 속한 사람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한두 사람을 거쳐 아는 이유에는 알고 있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역이 큽니다. UCPC도 이런역할을 하고 싶었고, 각 학교의 사람이 클러스터가 되어서 학교와 학교끼리 서로 교류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여성 및 비전공자 팀 추가 선발하는 이유는, 특정 집단이 알고리즘 문제 풀이에 접근하기 힘들었던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벽이 있는 이유에는 구조적 문제점이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다음의 예를 봅시다. 어떤 대회에 선발되는 국가대표가 대부분 1~4월에 태어났고, 5월 이후에 태어난 사람이 없다고 합시다. 이는 생일이 실력에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하는 것보다, 생일로 사람이 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는 실제로 캐나다 하키 대표팀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캐나다 하키팀은 생년을 기준으로 리그를 나누는데, 5~6살 정도 되는 어린 나이에서는 출생 연도가 같아도 생일에 따라 큰 체격 차가 나게 됩니다. 이렇게 생일이 앞에 있는 사람이 뒤에 있는 사람보다 먼저 수상을 하고, 이것이 성장 후에 국가대표 선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우리가 언뜻 보기에는 아무 상관이 없이 "임의"로 정한 것에도 구조적인 차별이 발생합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키팀의 문제로 돌아오면, 우리가 1~4월생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5-12월생에도 추가로 기회를 주면 됩니다. 이러면 하키팀에 참여할 수 있는 후보가 3배가 됩니다. 그러면 더 좋은 선수가 나올 가능성도 3배가 되겠죠. 이는 하키팀에 분명한 이득일 것입니다.
프로그래밍에서의 여성도 예외는 아닙니다. 여성은 피임 도구가 발명되어 사용되기 전까지는 본인의 재생산 능력의 노예였습니다. 농업시대에서의 인구수는 곧 노동력을 뜻하니까요. 현재의 가치관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자연을 지배하고, 양적인 풍요를 추구하던 가치관에서, 조화를 꾀하고 질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관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 사회에서도 아직 과거의 구조적인 문제는 남아 있고, 이 구조적인 문제는 적극적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사실, 이는 여성 개개인에게서만 이득이 아니라 프로그래밍 분야 전체에서 이득입니다. 여성을 추가로 지원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프로그래밍 분야를 이끌어 줄 사람이 2배가 되는 것입니다.
비전공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전공은 선택하는 것이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성적에 따라 학교에 가는 경우가 많고, 대학의 이름을 위해서 과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프로그래밍 분야는 2016년 이후에 매우 인기가 많아졌으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다른 성적 기준을 맞추지 못해 다른 과에 들어간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아쉬운 일이지만, 이 사람이 계속 프로그래밍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이런 본선 진출 자격 변경으로 인해서 이루고 싶은 것은 알고리즘 문제 풀이를 하는 사람의 결속력을 강화하며, 구조적 문제로 소외당하였던 사람도 참여시켜서 더 알고리즘 문제 풀이 커뮤니티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개인이 대회를 운영하기 때문에 이런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여, 프로그래밍 분야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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